망종치성 태을도인 도훈
"운명과 자유의지"
2018. 6. 6 (음 4. 23)
날이 점점 더워집니다. 여름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벌써 30도를 넘어가는 날도 있습니다. 올 여름은 많이 더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살던 감나무집은 옥상 바로 아래층이어서 여름에는 얼마나 더운지 자정넘어 새벽 1시, 2시까지도 잠을 이루기 어려웠고, 겨울은 또 어찌나 추운지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가 걸핏하면 얼어서 빨래를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 더위를 어떻게 넘기나, 이 강추위를 어떻게 견디나, 매번 걱정하며 여름과 겨울을 맞이했는데, 그렇게 여름과 겨울을 그 집에서 십수 년을 살고도 잘 버텨서, 이렇게 멀쩡하게(!) 잘 살아있습니다. 결국은 참아지는 것을. 다들 올 여름도 힘내서 잘 넘기시기 바랍니다.
연초에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가족들과 보았습니다. 첫 도입부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극중 소방관인 자홍이 화재사고 현장에서 조그만 여자아이를 안고 몸으로 창문을 깨며 그대로 건물 밖으로 뛰어내립니다. 제 눈에는 분명 에어매트 위에 무사히 떨어진 것처럼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자홍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다행히 여자아이는 생명을 건지지요.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현장 주변을 서성이는 자홍에게, 저승차사가 다가와서 말합니다. "김자홍씨께서는 오늘 예정대로(!) 무사히 사망하셨습니다." 소방관의 직업의식에 기인한 순간적인 본능으로 아이를 구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건데, 말하자면 횡사(橫死)한 건데, 예정대로(정해진 날짜에) 무사히 죽었다니! 순간적으로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는 옛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럼 인간의 운명은 정말 미리 정해져있는 걸까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생로병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인간의 운명은 크게는 정해져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큰 틀 안에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떤 내용으로 꾸려갈 지는 각자의 신념,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또 믿습니다. 저승차사는 자신의 죽음이 아직 믿기지 않는 자홍에게, 정의로운 죽음을 택한 귀인이라고 치켜세웁니다. 어떤 죽음을 선택할 거냐, 하는 죽음의 형식의 문제는 인간에게 열려있었다는 거지요. 만약 자홍이 화재사고 현장에서 그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끌어안고 뛰어내리지 않았다면, 건물 안에서 다른 사고로 (정해진 시간에) 죽음을 맞이했을 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여전히 작용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시사한다고 하겠습니다.
영화 속 자홍이어머니의 사랑도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했습니다. 세 아이를 낳은 어머니인 저는 여전히 사랑이 부족해서, 예전에 교사생활을 할 때에도, 또 아이들을 낳아 키울 때에도, 또 상생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상제님신앙을 오래 해오면서도 언제나 '사랑'이 제 화두인데요. 영화 속 어머니는 청각장애를 가졌음에도, 소박하면서도 한없는 자식사랑으로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자홍이어머니는 무한한 사랑으로 자식들을 끌어안고, 자식을 진정으로 뉘우치게 만들고 자식들의 죄를 녹여냅니다. 최후심판관인 염라대왕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자홍이어머니는 비록 영화 속 인물이지만 제 마음까지 숙연해지는 그 심성으로 저를 많이 반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천지부모님의 세상 존재들에 대한 사랑이 바로 이런 것이어서, 천지부모님을 따르는 도자(道子)들인 우리가 쉽진 않겠지만 어떻게든 그 마음씀을 닮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아들 수홍이는 착실한 젊은이지만 억울한 죽음으로 원귀가 됩니다. 그 억울함마저도 내려놓아야 함을, 이미 끝난 생에 집착하면 안 되는 것을, 인간이 인간을 벌주려하면 오히려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각자의 몫은 각자의 것입니다. 선행에 대한 보상도, 악행에 대한 댓가를 치르는 것도,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다시한번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그런 점에서, 도판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인 보복, 복수, 그리고 진리 수호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각종 테러 등은 지각있는 도인들을 심히 우려하게 만듭니다. 자신에게도 죄를 짓는 일이요, 세상사람들에게는 도판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어 포교를 통한 구원을 방해하는 또 다른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죄 짓지 말고 깨끗하게 살아야겠다. 많이 베풀며 살아야겠다. 거짓말하지 말아야겠다.' 등일 것입니다. 이 영화는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상물이기에, 신의 세계를 그리는 데 있어 당연히 사실과 많이 다를 것입니다. 과장되거나 코믹한 부분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의 진실성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저승관(觀)을 바탕으로, 일반 관객들에게 눈에 보이는 이승을 넘어선 신의 세계의 존재를 일깨워주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기준을 상식적인 선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우리 증산신앙인들에게도 앞서 말씀드린 몇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우리 증산신앙인들이 즐겨 인용하는 증산상제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 "사지당왕(事之當旺)이 재어천지(在於天地)요 필부재인(必不在人)이라. 연(然)이나 무인(無人)이면 무천지고(無天地故)로 천지생인(天地生人)하여 용인(用人)하나니, 이인생(以人生)으로 불참어천지용인지시(不參於天地用人之時)면 하가왈인생호(何可曰人生乎)아. - 일이 크게 융성하여짐은 천지에 달려있지 사람에게 있지 않느니라. 그러나 사람이 없으면 천지도 그 존재이유가 없는 고로 천지가 사람을 내어 쓰나니, 이렇듯 천지가 사람을 내어 크게 쓰려고 할 때에 천지대사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어찌 사람으로 태어난 의미가 있다하랴."
「강증산과 태을도」 296쪽에 나오는, 원 출처 「대순전경」 346쪽에 수록된 구절이지요. 천지가 사람을 내어 크게 쓰려고 할 때에 태어난 우리들입니다. 천재일우의 이 시절인연을 스스로 선택해 태어난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후천개벽기에 의통성업을 집행해 도성덕립의 후천을 지상에 세우겠다는 서원을 하고서 이 땅에 태어났을 거라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 증산신앙인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통성업의 길은 사실 방법도, 내용도, 정해져 있습니다. 증산상제님께서는 "부지런히 마음 닦고 태을주를 많이 읽으라."는 법방을 주시고, 그 마음은 '성인의 바탕으로 닦으라'고 못 박으셨습니다. 상제님을 믿고 마음을 정직히 하면, 하늘도 오히려 떤다고 하셨습니다. 거짓을 멀리하고 오직 마음을 바르게 하라고도 하셨습니다. 순결한 마음으로 천지공정에 수종하라 하셨고, 순전한 마음으로 의통을 알아두라 하셨습니다. 의통성업의 길은 거짓 없이 깨끗한 바름으로 걸어가는, 오롯한 상생의 길·인(仁 )의 길임을 상제님께서 명확하게 해놓으신 거지요.
방법과 내용마저도 이미 증산상제님으로부터 주어졌기에, 우리의 자유의지는 그저 주어진 의통성업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기꺼이 가는 것에 집중될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귀한 자유의지입니다. 전생의 기억 없이 태어났음에도, 우리가 신명계에서 그렇게 굳건히 서원을 하고 태어났음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온 몸의 세포가, 온 영혼이 원하는 간절한 끌림으로 증산상제님을 찾아서 그 길을 기꺼이 선택했기 때문이지요. 이 자유의지로, 일상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주변에 베풀고 매순간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태을주를 읽으면서, 고수부님 말씀대로 "증산과 내가 합성하여 심리한 일이니, 안심할 지니라. 너희는 복 많은 자이니 팔 짚고 헤엄치기니라." 하신 그 길을, 힘내서 다같이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8월초에 【신과 함께2】가 개봉한다고 합니다. 여름철 더위를 식혀줄 재미와 함께 소중한 깨침도 또다시 갖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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