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치성 태을도인 도훈
"현모양처의 꿈"
2017. 11. 22 (음 10. 5)
소설치성 태을도인 도훈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등학교 때 나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여고라서 그랬는지 1/3넘는 반 친구들이 '현모양처'가 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 남자는 현부양부(賢父良夫), 여자는 현모양처(賢母良妻)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기본의무라고 생각했기에, 현모양처를 자신의 꿈이라 얘기하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저의 꿈은 외교관이 되어서 외국을 상대해 국위 선양에 이바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여건이 되지 않아 교대를 가게 되었을 때, 속으로 내 역할 내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졸업 후 교사가 되고서 주변에서 선이 들어오고 나이 지긋한 동학년 선생님들이 신참교사인 저와 동기들에게 선볼 것을 권유할 때에도 제가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가서 제 꿈의 틀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기까지 결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더랬습니다.
교사를 그만 두고 재수를 하면서 그동안 가졌던 제 꿈이 정말 제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시 원점에서 제 꿈을 찾기로 했지만, 그게 쉽게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대학을 다니며 제 꿈을 계속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입동절기에 제가 '결혼부터 하세요'라는 제목으로 도훈을 했지만 사실 그 당시 결혼에 대한 제 생각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인생을 살며 절반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는 거라 당연히 결혼해야지 하는 다소 관념적인 결혼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후 상제님을 만나고, 저처럼 상제님신앙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어 아이 셋을 낳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신앙해오면서, 지난 입동절기에 했던 도훈 내용처럼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제가, 고등학교때 1/3이 넘는 친구들이 꾸었던 꿈이면서 내게는 당연한 의무였던 현모양처의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돌이켜보면, ‘그다지 잘하지 못했다’라고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요리도 잘 못하고, 우리 태을도인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살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제게 주는 사랑만큼 내조를 한결같이 잘해온 것도 아니니, 양처라 보기 어렵습니다. 또 아이 셋에게 사랑을 넘치게 주지도 못했고, 셋 중에 부모의 신앙을 본받아 같이하는 자식이 하나뿐이니, 현모로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현모양처'를 꿈이라 했던 고등학교때 친구들을 자꾸 떠올리게 됩니다. 그 친구들은 '현모양처'가 자신의 꿈이었기에, 분명히 그 꿈을 잘 이루면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금 제 주변에는 증산상제님을 몰라도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을 슬기롭게 잘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꿈이 아니라 결혼하는 우리의 당연한 기본의무라 생각했던 저는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 사랑을 주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겸손이 저에게 많이 부족해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때문에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하고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 가까운 것에 많이 소홀했더랬습니다.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우리 증산신앙인들은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상제님을 30년 넘게 신앙해온 지금도, 사랑이 한참 부족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생각합니다. 학교에 나가 아이들을 대하며 매순간 자신의 부족을 느낍니다. 포기하지 않는 게 제 신념이기에, 그럴 때마다 이 상황이 사랑이 부족한 저에게 주는 기회라고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식물에게 물을 주듯이, 조금씩이나마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사랑을 키워나가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대하게 되면, 존중과 배려 속에 겸손도 자연히 제 몸과 마음에 배이게 되겠지요.
현모양처가 결코 소박한 꿈이나 당연한 의무가 아닌, 그것을 넘어서는, 증산상제님이 우리에게 지니고 있으라고 당부하신 커다란 덕목이 그 속에 내재되어있음을 요즘 깨닫고 있습니다.
어짊(仁)은 증산신앙인들이 가져야 할 신표(信票)입니다. 증산상제님도 일본에게 조선을 넘기시면서 어질 인자는 저들에게 주지 못한다 하시며 우리에게 어질 인자를 잘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세상을 구하고 세상사람들을 구하지 않겠는지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론입니다.
또 열풍뇌우할 때 불미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증산상제님께서는
'지천하지세자(知天下之勢者) 유천하지생기(有天下之生氣)
암천하지세자(暗天下之勢者) 유천하지사기(有天下之死氣)' (대순전경 p275)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이치공부와 더불어 중심이 잡힌 사람이 어지러운 난국에 향도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열풍뇌우불미를 위해, 보이는 상황 이면의 보이지 않는 대세를 읽는 슬기로운 판단력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끝없이 배우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특히나 증산신앙인들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본격적인 폐장에 접어든 소설 절기에, 저를 포함해 모든 증산신앙인들이 일상 속에서 신앙의 깨침을 실천해나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게 되기를 소망하고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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